[인천게릴라뉴스=조경희 기자] “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.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.” = 김소월 詩 ‘개여울’ 중에서 =
여인이 먼저 떠나간 낭군을 그리워합니다.
60년, 처녀총각이 만나 사랑하고, 혼인해 아이를 낳아 기르며, 살 부비고 살아온 그 시간. 고왔던 처녀의 살결은 주름지고, 늠름했던 총각의 어깨는 굽어져 젊은 시절이 설렘은 사라졌지만, 그만큼 깊어진 사랑이 가슴 아린 시간이었습니다.
한날한시에 죽자던 헛되고 헛된 그 맹세가 아련한 지금, 순심 씨는 야속하게 먼저 떠난 성기 씨를 보고 싶습니다.
“잘 계시오? 영감! 나는 잘 먹고, 잘 자고, 잘 있소. 걱정이라면 성치 않은 우리 장남 인범이, 그놈 하나요.”
순심 씨에게 성기 씨는 첫정입니다.
“우리 성기 씨의 첫 모습은 참 멋쟁이었어. 평생을 옷을 만든 양반이라 그런지 요즘 말하는 패션이 참말 대단했지.”
늘상 무뚝뚝했지만 속정은 깊었던 사람, 평생 다정한 말 한마디 없었지만 두 마음이 없었던 사람, 그래서 매일이 그리운 사람. 순심 씨에게 성기 씨는 그리움입니다.
“하나님! 해수병으로 숨조차 쉬자 못했는데 큰 한숨 편하게 쉬고, 모진 인생살이 훌훌 내려놓고 편하게 쉬도록 축복해 주시고, 홀로 남은 저에게 몸이 성치 않은 큰 아들 손발이 되어 수발하다가 아들 먼저 보내고 나 하나님께 갈 수 있도록 건강 주시고 오래오래 살도록 은혜를 내려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.”
혼자 남은 그리움보다 더 순심 씨를 아프게 하는 것은 큰아들 인범 씨입니다.
어린 시절 그 똑똑했던 아들이 뇌염으로 지금의 장애를 얻었을 때, 딱 죽고 싶었던 그 마음을 다잡아 준 것은 신앙이었습니다.
그날로부터 오늘까지, 순심 씨는 매일매일 기도합니다. 그리고 오늘도 아들의 손을 잡고 교회를 향합니다.
“아들보다 단 하루만 더 살게 하소서.”
마을 어귀에 오늘 다시 목련이 피었습니다.
“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.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,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.” = 하얀목련 (양희은 작사) =
조경희 기자 ingnews@ingnews.kr